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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퀘르벵 증후군(손목 건초염) 후기

Ratatui 2022. 12. 20. 00:00

드퀘르벵 증후군으로 6개월 동안 고생한 후기



손목 통증 시작


첫째 딸이 태어나고 신생아 시절, 수유 후 트림시키는 것에 대해 아빠로서 굉장히 집착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요령도 없이 왼손으로 손목을 꺾어 목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등을 두들기는 기괴한 방식으로 트림을 시켰다. 가장 편한 트림 방법은 내 어깨에 얼굴을 바깥쪽 기대도록 들어 안아서 두들기는 건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조금 지나고 나니 손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점점 심해지는 통증


손목이 한 번 아프기 시작하고 나니 트림을 바른 자세로 시켜도 점점 통증이 심해졌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상생활 + 육아 중 손목을 계속 쓸 수밖에 없다 보니 염증이 한 번 생기면 나아지지 않는 것이었다.


일상생활의 어려움


손목을 안 쓰고 싶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100일 아기가 아빠 손목 아프니까 혼자 알아서 씻고 밥 먹고 할게요 하지도 않고, 회사에서는 키보드도 두들겨야 되고 물건도 옮겨야 하고,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위 사진처럼 엄지를 바깥쪽으로 뻗어 올리는 동작이 아예 안 됐다. 아파서 못한 게 아니라 아예 힘이 안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간단한 동작도 주변에 양해를 구하고 부탁해야 했다. 육아도 아내가 다 했다.

병원에서 건초염 진단


도저히 나을 기미가 안 보여서 정형외과에 갔는데 육아하다가 생겼다고 하니 대뜸 드퀘르벵 증후군, 손목 건초염이라고 하며 아래 동작을 해보라고 시켰다.


엄지를 주먹 안으로 말아 넣고 손목을 아래로 꺾는 동작인데 제대로 꺾지도 못할뿐더러, 시도만 해도 엄지손가락의 뿌리 쪽에 엄청난 통증이 왔다. 손목을 안 쓰는 게 답이라고 해서 3만 원짜리 엄지까지 감싸서 고정해 주는 부목형 손목 보호대까지 샀는데, 내가 잘 못 써서 그런지 나아지지가 않았다.

진단 후 치료


병원에서는 우선 진통제를 처방해 주며 두 가지 치료 방법을 제시했는데, 하나는 스테로이드 주사, 다른 하나는 수술이었다. 나는 손목이 너무 아팠기 때문에 바로 주사부터 놔달라고 했는데, 의사는 웬만하면 진통제부터 먹어보고 결정하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진통제를 먹으면서 알아보니 스테로이드 주사 부작용, 재발 등 겁이 났다. 그래서 진통제를 다 먹은 후에도 주사는 맞지 않고 그냥 물리치료만 몇 번 받았다.

요령으로 버티다


손목은 아픈데 일도 해아 되고 육아도 해야 되는 상황이다 보니 손목이 아프지 않게 일하는 요령이 생겼다. 부목형 손목 보호대의 기능은 엄지손가락을 고정하는 것인데, 그것을 스스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엄지와 검지를 그냥 붙인 상태로 엄지 손가락이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동작을 했다.


위 사진처럼 손 모양을 하고 일상생활을 했다. 왼손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오른손이라면 조금 불편했겠지만 저 손 모양으로 웬만한 일은 할 수 있다. 아기 샤워도 시키고 밥도 먹이고 다 할 수 있었다.


통증이 사라지다


엄지와 검지를 붙이고 산지 3개월쯤 지난 후 통증이 많이 줄어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까지 돌아왔다. 증상 초기 단계에서 손목을 계속 쓰다 보니 통증이 점점 심해진 것처럼 반대로 손목을 안 쓰니까 점점 통증이 줄어들었다. 통증이 나아졌다고 다시 손목을 쓰면 또다시 아파질까 봐 아직은 조심하고 있는데, 이 정도 통증이 사라진 정도면 드퀘르벵 증후군이 주사나 수술 없이 완치됐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드퀘르벵 증후군으로 인한 손목 통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면 위 손 자세로 생활하는 것을 추천드린다.